발렌타인 데이 - 상편 | 야설 - 보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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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05,420회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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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



"현진아, 이거... 평소 고맙단 뜻으로 주는건데... 받아줄래?"

추운 날씨에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귀여운 소녀가

빨간 리본이 달린 큰 상자를 가방에서 꺼내선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작고 몹시 마른 남자에게 상자를 건낸다

표정이 거의 없는 남자의 눈빛에도 동요하고 있는걸 느낄 수 있다

"내가 모를줄 알았어? 나 눈치 빨라~"

남자의 표정이 굳는다

"창문밖에서 맨날 몰래 보고있었지? 몰래 사진찍기두 하구,

쇼핑할 때는 내가 뭐사는지 보고 있다, 나중에 나랑 똑같은 물건 사구..."

영미는 남자가 해온 짓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조목조목 나열해가기 시작한다

현진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영미에게 받은 상자를 껴안은채로

얼굴이 새파래져 무릎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니 싸이월드도 봤어... 야설에 나오는 미영이란 여자애, 내가 모델이지?"

현진은 영미에게 받은 상자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그러나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어버린다

"어? 왜 그래? 안색이 안좋네... 아, 혹시 내가 화낼거 같아서?

걱정마! 소설 속에서 수많은 남자들한테 장난감 취급받고 있길래

좀 놀라긴 했지만, 이해해... 남자애잖아

그래도 나 진짜 눈치 빠르다니까!

맨날 미행하고, 버린 음료수병도 주워가고, 나랑 같은 속옷을 사고

그러는것도 전부, 날 좋아하니까 그러는거지? 사랑받는거 같아서 너무 좋아

그래서 오늘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해서 나도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현진은 놀라고 있었다

언제나 먼발치에서 연모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자기를 위해서 웃어준다고 생각하니 이 영문모를 상황에서도

그냥 행복할 뿐이었다

"아! 빨리 선물 열어봐바"

현진은 속으로 뜯지말고 이대로 보관하고 싶었다

아직 사진도 안찍었으니 그냥 뜯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러나 그녀의 바램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현진이었다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뜯어내고 내용물을 보았다

상자 안에는 큰 갈색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이건... 초콜렛인가?"

"그거야 당연하지!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렛 아니면 뭐겠어

대신! 그건 그냥 초콜렛 덩어리일 뿐이고

지금부터 내가 사랑을 담아서 초콜렛을 만들어줄께"

"지금부터 어디서?"

영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현진은 단순히 그녀가 초콜렛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두근거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현진이네 집에 가서 만들 생각인데"

"우리집!?"

그건 안되... 현진은 또다시 얼굴이 새파래졌다

자신의 방은 영미에게 있어선 혐오대상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닐것이다

현진이는 집에 오는것만큼은 거절하고싶었다

"싫어? 내 사랑이 담긴 초콜렛 먹기 싫은거야?"

"아냐! 먹고 싶어!!"

"그럼 빨리 가자~"

현진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또한 내심, 이렇게까지 그녀가 자기를 좋아해준다면

어쩌면 자신의 방을 보고 기뻐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우와... 장난아니다"

영미의 반응은 너무도 당연한것이었다

19평 정도의 그럭저럭 큰 오피스텔인데

방안은 엄청나게 어질러져있었다

게다가 어질러져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영미가 갖고 있는것과 같은 제품이었으며

벽에는 영미의 사진이 대형 판넬로 제작되있었고

책꽂이에는 영미가 읽어본적 있는 책들 투성이였다

무엇보다, 가장 위의 책꽂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