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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지넷 조회 5,971회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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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방 안은 아주 깨끗했다. 연락을 받고 도착했을 때, 벌써 감식반이 나와서 현장을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는 중이었고, 나는 밀린 보고서를 정리하다가 반장님의 연락을 통해 현장

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시내 중심가의 그것도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보도진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호텔의 사정상, 외부로 소문이 나가는 것을

꺼려한 탓인지, 입구에서도 당연히 따라 붙어 있어야 할 거머리 떼 같은 기자들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호텔 방 앞의 두 명의 의경이 아니었다면 찾지도 못할 뻔 했다.

‘반장님 늦었습니다. 차가 막혀서요. 피해자 신원파악부터 할까요?’ 시간이 저녁 7시 반이었기에 시내의 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내리는 겨울 비로 인해 시내의 교통지옥은 극

에 달하고 있었다. 반장은 대꾸가 없었다. 쓰벌, 늦게 왔다고 강짜는! ‘김 형사! 이리 와 봐.’ 나는 감식반과 호텔 관계자가 둘러 서있는 방안의 가운데로 다가갔다. 사람들의 사

이로 보인 것은 여자의 나체였다. 이미 채 익기도 전인 살결과 체구로 보아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였다. 탁자 위에 사체를 엎어 놓고 얼굴은 정면을 향 한 채로, 팔과 다리를 아래로

내려뜨려 아래쪽에서 교묘하게 묶어 놓은 것하며, 매듭의 형태가 아주 탄탄 한 것으로 보아 서두른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여자는 두 팔과 다리가 무거운 대리석 탁자와 같이 묶여 있

어서 설사 탁자를 쓰러뜨린 다고 해도 혼자서 풀 수는 없었을 것 같았다. 바닥이 구두에 쩍쩍 달라 붙는 것 같은 느낌에 바닥을 자세히 보니 짙은 색 카펫은 온 전체가 흥건한 피바다

였다.단지 여자가 묶여있는 바닥 뒤쪽은 무엇을 깔았던 자국인지 그 곳만 네모지게 핏자국이 없었다. 범인이 여자를 범하는 도중에 피로 인해 남을 수도 있을 족적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판단되었고…나는 그제서야 감기 끝인지라 냄새를 잘 맡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닫고 어째서 사람들이 코를 막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감식반 보고 저 쪽 부분 사진 좀 자세히 확대

해서 찍으라고 해.’ 나는 반장이 가리키는 곳을 살펴 보았다. 여자는 손목의 양쪽과 목젖 옆의 동맥이 날카롭게 금이 가 있었고, 그를 통한 과다출혈로 숨진 것처럼 보였다. ‘이건

느낌이 좋질 않아. 큰 놈 인 것 같아.’ 반장의 예감은 항상 틀림이 없었으며, 반장이 큰 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항상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놈들이 대부분 이었다. ‘지하 보안

실에 내려가서 감시카메라 내용 좀 확인해서 이 여자가 체크인 했던 시점에 누구랑 같이 들어왔는가 알아보고, 카드 키가 아니고서도 방문이 열리는 시점을 시스템으로 확인 할 수 있는가

도… 에또 그리고…, 아참, 그리고 저 여자 신원 확인 될 만한 것들 챙기는 것, 잊지 말고…’ 무어가 그리 시킬 것이 많은지, 지 손이 지 딸 이라는 옛말도 모르나, 목마른 사람

이 샘 판다고 급하면 지가 하지, 왜 애꿋은 나를 시키고 지랄이야 지랄은, 우라질! 나는 하인처럼 할 일만 잔뜩 짊어진 채로 방안을 나왔다. 나는 속으로, 신분 확인할 지갑도 있겠

다. 일류 호텔이라 CCTV에 찍혔을 터이니 알아보면 될 것이고, 시체에서 정액이라도 나오면 주변 인물이나 수사 선상으로 올려서 조져대면 대번에 범인은 잡힐 것 같았기에 괜한 걱정

으로 폼만 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에 내려가서 신분증을 제시하자, 보안실장이라는 자가 깍뜻하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프론트 에서 그 여자의 입실 시간을 인터폰으로 넘겨 받아

그 당시의 장면을 보자고 했다. 보통의 호텔들은 장시간 녹화용 아날로그 VTR이었지만 이곳은 특급호텔 답게 모든 화상을 DVR방식으로 녹화하고 있었고, 매일 매일의 데이터는 데이터

저장용 컴팩트 디스크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니까 발견되기 이틀 전에 체크인 했었다. 그것도 새벽 4시 즈음 이었다. 프론트 에서 보이는 앳된 얼굴의 그녀는 아무런 동반자

도 없이 프론트 에서 체크인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카드로 지불확인을 하고 총총 사라지는 장면, 나는 아리송 했다. 대개는 같이 투숙한 사람이 있는 것이

통례적인데 말이다. 나는 보안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각 층의 복도에는 카메라가 없습니까?’ ‘객실 손님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설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카메라가 있는

곳은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강도나 침입 등을 대비해서 비상 대피 계단쪽,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쪽을 보여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방 문이 열리면 시스템 상으로 그 시각이 추적이 되긴 합니까?’ ‘그건 조금 다릅니다. 카드 키가 꼽히면 프론트의 시스템에는 손님이 방에 있다는 표시와 함께 기록이 남고, 방안을

나올 때는 카드 키를 빼고 방안의 기초조명 이외에는 불이 꺼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퇴실에 대한 기록이 남지만 그 외에 카드 키가 방안에 꼽혀 있을 때 잠깐씩 열리고 닫히는 것은

전부 기록에 담을 수는 도저히 없습니다. 단 카드 키가 방안에 있는데도 일정 시간 문이 열린 채로 있으면 도난 방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프론트에 연락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프론트 메니져는 해당 층의 메이드 에게 연락해서 방문을 확인하게 되어 있지요. 그 외에는 정확한 문의 개폐 시간을 체크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어 있질 않습니다.’ 나는 그 여자

가 체크인하는 장면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장면 등을 테이프에 녹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안 실장은 공테이프는 없고, CD에 구워주겠다고 했다. 나는 격세지감을 실감하면서 순

식간에 구워낸 CD를 받아 들고 보안실에서 나왔다. 반장은 프론트에 내려와 호텔 관계자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장님, CCTV장면은 넘겨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 반장과 어두운 표정의 호텔 관계자와의 대화는 서둘러 끝나고 반장은 나와 같이 지하의 주차장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감식반 말이 섹스는 한 것 같은데, 정액은 조사해 봐야 알

겠지만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더라는 게야. 범인은 그 여자를 묵어놓고 팔과 목을 그어 놓은 상태에서 섹스를 한 것 같다는 구만. 시반의 형태를 모호하게 만들어 사망 시각을 흐려놓게

하려고 살아 있는 동안 출혈을 과다하게 일으키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아 여간 머리가 똑똑한 놈이 아니야. 게다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안에 섹스를 했으니 몸 상태는 극도의 흥분

에다가 심장 박동수의 증가로 출혈을 부추켰을 테고…여자가 재갈도 물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리도 치지 않았을까?’ 반장은 서로 돌아갈 때까지 의문 나는 사항을 두서없이 나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아무리 방음 장치가 철저히 되어 있다 손 쳐도 반항한 흔적도 없고, 목과 팔에서는 동맥을 끊어 놓았으니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을 터이니 맨 정신으로 섹스를 즐길

미친년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에이, 그건 좀 무리가 있네요. 아무리 색을 밝히는 여자라도 생명의 위험이 코 앞에 있는데 본능적으로 소리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체격을 보

니 고등학생 같던데, 어려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나이 든 사람 보다 더 심했을 거구요. 혹시 도리도리 같은 약물 같은 것에 취해 있었다면 모를까…’ 반장은 급하게 감식반에 전화를

걸었다. ‘저 강력3반의 유반장 인데요, 오늘 이첩한 여자 사체에서 독극물 검사도 아울러 부탁 드립니다. 아참 그리고요, 현장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가 발견이 되질 않았는데, 무엇으

로 그런 상처를 낼 수 있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신박사에게 전해 주시고요.. 네…네.. 그럼 수고 하십시오.’ 반장은 내리는 겨울비가 차창을 때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 들였다. 창문을 조금 내리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하나, 둘, 차 안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반장은 계속해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무슨 단어들을 중얼 대고 있었

고... ‘반장님, 피해자 신원이 나왔는데요. 이름은 장혜정, 나이는 19세, 3년전에 부산 혜란 고등학교 1학년 중퇴. 직업은 무직. 가족은 모두 부산에 있구요.’ ‘부산?’ ‘

집도 꽤 잘 사는 것 같은데, 서울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어서 부산 연고지로 내려가서 가족들 만나보고, 학교에도 들려서 학적기록이랑 담임도 만나 봐. 집히는 것 있으면

연락하구.’ 형사 생활 8년차 이지만 그 놈의 집히는 것 타령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무슨 족집게 무당도 아니고 범인이 뜨기만 하면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장은 그

놈의 집히는 것 타령으로 우리들을 볶아 대기 일 쑤다. 그렇게 집히는 게 선선히 튀어 나오면 내가 왜 좇나게 뺑R이 돌면서 범인들 뒤를 쫓겠나? 미아리에 자리 펴고 앉았지! 아무

튼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 열차에서 나는 오랜만에 모자란 잠이나 실컷 자야 겠다고 마음 먹고는 사건 얘기들은 까맣게 잊고서 퍼 질러 잠을 잤다. 부산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 어스름한

이른 아침이었다. 깔깔한 입맛에 해장국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역전 앞으로 나갔지만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은 없었다. 나는 역전 앞의 여관에 투숙하고는 근처 사우나에서 때를 벗기고,

부산에 있는 강력반 동기 강형사 에게 전화를 걸었다. ‘니 누고? 곰탱이 아이가? 어데고?’ ‘야 임마, 곰탱이가 뭐냐? 어디긴 부산이지, 사건 땜시 내려 왔지. 영감 전화 않왔

디?’ ‘안오기는, 내 어제부터 꼬빡 잠복 이거던, 하, 영감, 성질 여직 대-단하데, 오지도 않은 곰탱이 찾아가, 연락 않하문 뒤진 다꼬 소리소리 치고, 마 난리 였따 카이. 보

자, 뭔 사껀 인데, 뭐 또 뉘 뒤짓나?’ ‘응, 아직 기자들이 물지는 못했는데 워낙 잔인한 놈이라서 보안유지에 영감이 신경이 곤두섰어. 연고지에 수사협조 좀 해줘.’ ‘알았따.

내 싸우나 가, 때쫌 빼끼고, 마누라 얼굴 쪼매만 보고, 으이?. 금강산도 씹후경이라 안하나?’ 강 형사는 여전 했다. 내가 항상 너는 형사가 체질이라고 줏어 넘길 때마다 지가 형

사 되는데 누가 보태준 것 있냐면서 자기 잘난 맛에 사니까 껍쩍 대지 말라며, 빙글대던 유유자적한 그야말로 천하태평의 호인이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강 형사는 예전보다 체중이 조

금 더 불은 모습으로 그 심한 팔자 걸음이 더 벌어지는 자세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하이고, 곰탱이 니 마이 늘겄네, 영감이 억수로 고롭히는 갑제? 가자

, 그 집이 어덴데? ‘ 부산 사람들 중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산다는 남부민동에 연고지의 주소가 있었다. 서울의 평창동 이나 성북동, 삼청동과 맞먹는 저택들이 즐비한 그 동네는

찾아 가는 도중에도 기가 눌릴 지경이었다. 육중한 철문이 되어 있는 한 집 앞에서 강형사는 현관의 인터폰을 눌렀다. 인터폰에서는 가정부 같은 여자가 대꾸했다. ‘지금 아무도 안계

시는데예?’ ‘아무도 엄따고요? 그럼 말하시는 분은 누군데요?’ ‘저요? 일하는 사람인데요, 와요? 뭐 잘못 되씹니꺼?’ ‘아 그게 아니고요. 여는 경찰입니더. 문 쫌 열어 보이소

마.’ 곧 이어 촌시럽게 생긴 할머니 같은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 일하는 가정부의 얘기에 의하면 가족들은 2주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이었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단

둘만 사는데, 딸은 서울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 딸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 가정부는 아는 바가 없는 눈치 였다. ‘저는 서울에서 온 형산대요, 명함드릴 테니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 연락되면 이곳으로 빨리 전화해 주세요. 이 집 따님이 살해 됐어요. 아시겠어요?’ ‘뭐라꼬요? 살해요? 죽읏따고요? 정말인교? 하이고 참말로, 우야꼬…’ 조금 오버하는

듯한 가정부의 태도가 경상도 말투 이겠거니 했지만 나는 자식이 죽은 지도 모르고 여행이나 가 있는 부모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와 강형사는 그 집을 뒤로하고 살해된 여자가 중

퇴했다는 고등학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시내를 지나 온천동을 지나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있는 그 학교는 신흥명문중의 하나란다. 나는 수업을 하고 있던 그 여자의 1학년 때 담임

선생을 호출했다. 곧 이어 두꺼운 안경을 쓴 여선생 하나가 교무실로 내려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믿기 어렵다는 듯한 얼굴로 나의 질문에 차근 차근 학교생활에 대해서 얘기해 나갔

다. ‘마, 가심이 떨려 말을 잘 몬하겠네예, 혜정인예, 안있십니꺼,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질 몬했어예, 학교도 억수로 빼먹고, 혼내면 고만 가출하고, 잡아오면 또 튀 나가고…집

도 잘 살고, 부모님도 억수로 괘안했는데, 잘 모르겠으예…우에 된긴지…’ 담임도 반 아이들을 맡고 나서 얼마지 않아 가출을 일삼던 문제 학생이라서 신경이 무던히도 쓰였지만 물리적으

로 얼굴을 맞대고 지낸 시간이 많지 않음으로 인해서 무어라 자세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가스나, 꼴통 아이가?’ 강형사는 나에게 죽은 그 여자의 살해동기가 제 스스로에게 있는 것

이 아니냐는 의미에서의 질문을 했다. 그러나, 인물도 반반하고, 집도 잘 사는 싱싱한 나이의 여자가 꼴통 짓을 하면서 죽음을 재촉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딘가 맞지않는 구석이 있었다

. 나는 강형사와 헤어지면서 서울에 전화를 넣었다. ‘반장님 이세요?’ ‘어디야?’ ‘어디 긴요, 아직 부산이죠, 오늘 연고지랑, 학교에 가 봤는데요. 아직 가족들에게 살해된 사실

이 전달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지금 해외 여행중 이라네요. 네..네..학교에 갔었는데, 문제 학생으로 점 찍혀져 있었고, 출석일수 부족으로 제적 되었구요. 네… 네…그

뿐 입니다.’ ‘근데 왜 거기서 아직도 노닥 거리고 있어? 냉큼 올라오질 않고, 국과수 에서 무진장한 자료들이 넘어왔어, 빨리 와.’ 어이그 쓰벌! 일껏 내려왔더니 도로 올라오라고

지랄이야, 지랄은! 나는 이게 형사 인생이지 하는 자위를 곱씹으며, 또다시 밤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 도착하면서 나는 집에 들려서 옷만 갈아 입고서는 거칠한 얼굴로 새벽같이

반에 들어섰다. ‘반장님, 저 왔습니다.’ ‘수고했어. 가족들에게는 아직 연락이 안된 거야?’ ‘네, 세월 좋게도 유럽 여행 중이랍니다. 신원은 파악했는데, 원래 문제아였고, 학

교 생활도 별로 성실하질 못했다고 하대요. 돈은 있겠다, 그냥 서울에 살도록 내버려 둔 것 같은 처지였습니다.’ ‘책상 위에 놔 둔 보고서 좀 들고 회의실로 들어와 봐.’ 나는 국

과수 에서 올라온 보고서 뭉치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 갔다. 회의에 앞서서 나는 검시보고서 및 독극물 검사소견서 등을 대충 살펴 보았다. ‘내가 말한 대로 피해자는 필로폰 중독이 심

각한 상태 였어. 출혈도 출혈 이지만 섹스 시에 그 통증과 공포를 느낄 수도 없을 만큼의 약물이 몸 안에 투여 된 상태 였지. 아마도 환각 상태에서 섹스를 하면서 자신이 죽어가는

사실 조차도 느끼질 못했을 거야.’ 나는 살해 당한 피해자의 상황이 연상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피해자의 손목과 목에 나있는 상처에 대한 건데, 그 부분에 뭐라고 되어 있냐

?’ ‘음…자상의 크기나 깊이, 예리한 정도를 감안 할 때에 수술용 메스 같은 고도로 날카로운 것이라고 되어 있네요. 근데, 수술용 메스는 일반인 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질 않습니

까? 다른 도구가 아닐까요?’ ‘아니, 신박사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었어. 일단 그렇다 치더라도 이상한 것은 섹스를 한 것 같은 흔적은 발견되었는데, 정액은 없었다는 거야. 가해자

가 콘돔을 사용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질강 검사 시에 특수한 물질이 발견된 것이 관 건 이야…’ 질 내부는 과도한 섹스로 인해서 일부 표피가 찰과상을 입을 정도 였고, 직장 내부

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 그 의문의 물질이 발견된 것에 반장은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뭐, 흥분제나 그런 게 아닐까요? 성분 분석을 하면 나올 수 있잖습니까?’ ‘자네는 그래

서 아직 8년차 소리를 여직 듣는 거야, 알아? 검사를 통해 알아 볼 수 있는 성분이 도대체 몇 가지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시간이 지나면 성분검사가 불가능한 휘발성 물질도 얼

마나 많은데…그것 보다도 피해자 부모에 대한 신상 조사부터 해봐. 그리고 CCTV 화면도 다시 검토해 보고…’ 반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매스컴을 타고 정식 수사본부가 설치된다

면 그 부담이 줄어 들고 시간도 어느 정도 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 하에서는 용의자라도 우선 수사선 상에라도 올려 놓는 것이 필요 했는데 여직까지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게다가 방안에는 여자의 지문만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의도적인 살해가 분명한 것도 반장의 심사를 긁어 놓는 이유 중의 하나 였다. 의도적인 살해는 항상 동기의

추적이 필요 했는데 워낙 난잡하고 버르장머리 없이 서울을 날치고 다닌 19살짜리 문제아에 대한 의도적인 살해 동기는 쉽사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갑 속의 현금도 그대로

이고, 카드는…나는 그때 카드라는 생각에 지갑을 다시 뒤져 보았다. 지갑 속에는 카드와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분명히 CCTV의 화면에는 피해자가 카드로 지불가능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