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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지넷 조회 15,518회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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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시동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다시 사내의 말이 이어진다. <거기 계시는 거 다 압니다. 어서 나오세요.> 그제서야 나는 쭈뼛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마치 패잔병과도

    같은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런 나를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내 눈엔 마치 나를 비웃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비춰졌다. 진득한 열패감과 자괴감이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런 나를 의식하는 순간 이대로 질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고개를 뻣뻣히 든채 그를 마주보았다. 그 역시 나를 마주본채 후하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구만. 아까 그 문자도 네가 보 낸 거겠지?> 나의 말에 사내가 비열한 표정으로 히죽 한번 웃는다. <어떠셨습니까? 형님도 즐기시는 것 같더군요.> 사내의 말에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분노가 순간 맹렬하게 뻗쳐 온 것이

            다. <이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언제까지 나와 내 아내를 농락할 셈이지?> 나는 나도 모르게 또 주먹을 치켜 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내려친 순간 그가 나의 주먹을 막았다. 무지막지한 힘이 나의 팔목을 꽉 쥐고 있

                었다. 그리고 순간 숨이 콱 막혀왔다. 사내의 무지막지한 주먹이 나의 복부를 인정사정없이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맞아주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봐드리는 거 없습니다. 알고보니 우린 군대 선후임 관계이기 도한데 후임병한테 두들겨 맞으시면 창피하지 않겠습니까!> 그가 이죽거리더니 나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 눈앞이 번쩍하더니 또한번 사내의 주먹이 내 얼굴을 강타한다. 풀썩! 나는 아무도 없는 산바닥에 힘

                    없이 나동그라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첫번째 한 대는 아무 때나 주먹을 쓰려는 형님의 잘못된 버릇에 대한 한 대. 두 번째 한 대는 스스로를 속이고 아내의 기쁨도 모른채 남자의 자존심만 내세우는 못난 남자에 대 해 같은 남자로서 징벌의 한 대입니다.> 그가 말을 마치고 담배를 뱉더니 바닥에 발로 비빈다. 그리곤 쪼그리고 앉는 자세로 주저앉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잘 보셨을 겁니다. 그녀는 이제 저 없으면 안되는 여 자가 되고 말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형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아마 형님이 없으면 안될 겁니다. 저는 느낄 수 있죠. 그리고 그래서 제가 그녀를 더욱 사랑하는 것이고....> 나는 숨막혀오는 고통속

                            에서도 그를 올려다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네... 네놈이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그건 학대고 파괴일 뿐이지...> 그러자 그가 또한번 비열한 웃음을 히죽 웃어 보인다. <그게 제 사랑의 방식입니다.> 말을 마치자

                                    마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산을 내려가려고 한다.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보고 그가 입을 열었다.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과연 제가 그녀를 안을때 형님께 고통만 있었는지.... 어쩌면 형님 도 스스로 즐긴 것이 아닙니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판단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산을 내려갔다. 그가 산을 내려가자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몸을

                                        추스렸다. 온 몸이 쑤신듯 아파왔다. 하지만 몸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비참하게 무너진 남자로서의 자존심. 나의 아내를 마음껏 농락하는 괘씸한 숫컷에 대해 아무런 응징도 할 수 없다는 비참함. 그 모든 것이

                                        자괴감으로 밀려오며 나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아내는 사내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되면 아내는 내가 잠을 자지 않고 자신의 뒤

                                        를 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 아직 아내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막 산을 내려가 차

                                        를 타려고 하는 순간 또 문자가 도착했다. [깜빡잊고 말을 안했습니다.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가진 않을테니 천천히 들어가십시오. 요즘 제가 혼자 지내다보니 살림이 엉망이라 집청소 좀 시키고 들여보내겠습니다.] 사내의 뻔뻔한 문자다... 이젠 내 아내를 지 아내인것처럼 살림까지 시키겠다는 소리란 말인가? 나는 기가 차 자동차에 올라타지도 못하고 힘없이 주저앉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그날의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한걸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었다...